by 김민규 | 9월 21, 2022
마케팅 멀티버스의 중요한 축, CRM 마케팅을 3가지로 정의한다면?
카카오스타일의 서비스 지그재그는 다양한 쇼핑몰과 브랜드를 한 플랫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으로, 누적 거래액 3조원 이상을 달성하며 국내 1위 여성 패션 앱으로 자리잡았는데요.
누구나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지그재그에서 CRM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민규 마케터의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CRM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 앱 푸시 발송이 CRM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앱 푸시 CTR을 높이기 위해 후킹할 수 있는 문구 작성, 적절한 발송 타이밍 및 메시지 발송 채널 선정 등과 같은 업무 입니다. 하지만 이는 CRM 마케팅의 핵심이 아닌 수단일 뿐이었습니다. 관련하여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 작가 ASH님의 ‘앱 푸시, 문자만 CRM이 아닌데요’ 를 꼭 읽어보세요.
그럼 CRM 마케팅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CRM 마케팅을 하다 보면 마블 세계관에 있는 멀티버스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타임라인에서 무한히 갈라지는 마블의 멀티버스처럼 신규 회원부터 VIP로 만들기 위한 여정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무수히 많이 파생됩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하고 결과 분석을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해결할 그리고 검증할 문제들이 발견되죠.
예를 들면, 지그재그에서는 최근 휴면 회원들을 복귀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휴면 회원 복귀 캠페인을 진행할 땐, 곧 휴면 회원으로 전환되기 직전의 세그먼트를 추출해 CRM touch를 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1차로 휴면으로 전환된 유저들은 어느 시점부터 앱 유입을 하지 않는지 살펴봤습니다. 이탈 패턴이 보이는 시점을 확인하고, 해당 시점에 도달한 세그먼트를 기준으로 1차 CRM play를 진행했습니다. 1차 결과를 베이스 라인으로 2차는 어떤 소구점이 더 효과적인지, 또 1차에서 정의했던 세그먼트보다 더 반응도가 높은 세그먼트가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이에 더 나아가 3차에서는 휴면(이탈)의 시그널을 파악하기 위해, 휴면 유저들의 경과일 별 앱 오픈, PDP(Product Detail Page) 조회수, 장바구니 추가 등 다양한 앱 내 행동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수히 뻗어나가는 각 CRM 세계관을 하나씩 잘 해결하다 보면, 종착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우리 비즈니스의 팬, VIP’ 만들기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CRM 업무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저는 CRM 마케팅을 3가지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 획득
- 유지
- 상승
물론 회사마다 업무 범위가 다를 수 있는 점은 고려해주세요. 위 세 가지에 대해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획득입니다.
우리 비즈니스의 고객을 획득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획득도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요. 가입 고객인 ‘회원의 획득’과 ‘구매 고객의 획득’입니다. 각각 회원가입 전환율, 구매 전환율 등으로 아주 친숙하게 측정하고 있는 지표일 겁니다.
회원의 획득부터 살펴볼까요. 퍼포먼스 마케터들이 앱으로 비회원 유저들을 유입시키면, CRM 마케터는 이를 1차로 락인 시키기 위해 회원가입을 유도합니다. 이 상황에선 회원가입을 어떤 타이밍에 시킬지, 어떤 혜택을 제공할지, 어떤 메시지를 통해서 전환시킬지 고민을 해야겠죠.
추가로 회원가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광고 수신 동의자 수입니다. 가입 회원이 많아지는 것도 좋지만, 우리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광고 수신 동의자 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더욱 가치 있는 회원이 될 테니까요.
‘앱을 설치한 후 가입을 합니다. 그리고 바로 상품 페이지를 몇 번 보더니 바로 첫 구매를 완료합니다.’ 사실 이와 같은 시나리오는 마케터 입장에선 정말 이상적인 고객의 동선일 것입니다. 보통은 ‘앱을 설치 후 가입하지 않고 이탈’, ‘가입 후 장바구니에 담았으나 구매하지 않고 이탈’, 이런 식으로 최종 구매 퍼널까지 가지 않고 이탈하는 고객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럴 때 광고 수신 동의자 수가 힘을 발휘합니다.
다음 이벤트를 위해 독려하기 위해선 실제 우리의 (광고)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유저의 수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장바구니에만 담아놓고 구매하지 않은 100명의 유저 중 50%만 광고 수신 동의를 했을 경우, 50명의 유저만 구매 독려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광고 수신 동의율이 높아 터치할 수 있는 모수가 많아진다면 전반적인 비즈니스 수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겠죠?
구매 고객의 획득에선 상세하게는 ‘첫 구매’ 획득을 이야기합니다. 가입 획득과 마찬가지로 얼마나 빠르고, 큰 구매 볼륨을 만들어 내는지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첫 구매 전환율’로만 접근하면, 정작 첫 구매 유저들의 가치는 포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첫 구매 전환율은 100원으로 첫 구매하는 유저나 100,000원으로 첫 구매 하는 유저의 가치를 동일하게 계산되기 때문이죠. 첫 구매 전환율과 함께 봐야 하는 것은 1인당 첫 구매 객단가와 M+1(구매 다음 월) 구매 유지율도 함께 살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 유지입니다.
유지 단계에서는 마케팅에서 제일 중요한 리텐션을 관리하게 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포트에 따르면 신규 고객을 획득하는 비용은 현재 고객을 재구매 시키는 비용보다 약 6~7배 정도 비싸다고 합니다. 이렇듯 결국 어떤 브랜드도 단골손님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일 텐데요. 유지도 역시 ‘유입 리텐션’과 ‘전환 리텐션’을 분리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유입 리텐션이라 함은 DAU, MAU 등 우리 앱 내 얼마나 자주 방문하였는지를 관리하게 됩니다. 방문 빈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서비스에서 다양한 이벤트 전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단순 재유입을 위해 앱 내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을 홍보하기보다 고객이 앱 내 수행했던 여러 이벤트를 바탕으로 개인화 푸시를 발송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효과적인 푸시를 발견했다면, 앱 내 자동화까지 진행합니다.
아마 평소에 자주 받는 푸시의 대부분이 자동화 푸시일 확률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슬랙스를 구매하기 위해 쇼핑몰들의 슬랙스를 구경하다가 결정하지 못하고 이탈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제 보신 {상품명}과 비슷한 상품, 무료 배송으로만 골라봤어요.”
이렇게 다양한 개인화 푸시 테스트를 통해 성과 좋은 시나리오를 선별합니다. 그리고 이를 자동 발송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것이죠.
전환 리텐션은 구매 전환으로 볼 수도 있고, SNS 앱이라면 콘텐츠 발행, 구독 서비스라면 콘텐츠 뷰수로 측정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전환 리텐션은 앱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넛지를 주는 것이 효과가 좋습니다. 이를 온사이트 마케팅이라고도 하는데요. 예를들어 일반 계정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앱을 내려 영상이 끊긴 뒤 다시 유튜브를 접속하면 ‘프리미엄’ 결제를 유도하는 팝업이 노출됩니다. 유튜브는 앱을 이탈한 뒤 프리미엄 결제를 유도하는 것보다 고객이 문제를 겪고 있는 그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해서 해당 액션을 진행하는 것일 겁니다.
마지막은 상승입니다.
상승은 어찌 보면 획득과 유지의 복합적인 단계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유저 등급의 상승입니다. 만약 멤버십을 가지고 있는 서비스라면 최상위 등급으로 전환시키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화 추천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입과 전환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점차 회원 등급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세팅된 멤버십의 오퍼 벨류가 적절한지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재무 관점에서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것은 아닌지, 등급별 혜택 차이 간격은 적절한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멤버십이 없는 서비스라면 새롭게 만들 수도 있겠죠. 꼭 상승과 하강의 접근 방식보다 조건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 ‘뱃지’를 주는 당근마켓과 같은 형태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혹은 팀마다 위에서 언급한 액션들이 꼭 CRM 팀에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방식으로 CRM의 업무를 정의할 수도 있겠죠. 공통점은 CRM의 업무 범위는 엄청나게 넓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정복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동시에 여러 세계관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현직 CRM 마케터분들 존경합니다. 여러분이 정의하시는 CRM 업무도 궁금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CRM을 어떻게 정의하고 분류하고 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