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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에게 꼭 필요한 숫자의 힘

by 원연경 | 10월 5, 2020

원연경 브랜드 매니저는 요기요 앱 내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 특히 주문 유도를 위한 정기/비정기적 프로모션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연경 매니저는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북미지역 휴대폰 마케팅을 시작으로, 자동차, 포털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스마트폰 보편화와 함께 앱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들도 생기면서, 원연경 매니저 또한 앱 기반의 서비스 마케팅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고, 커리어가 앱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원연경 매니저의 마케터로서의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마케터라는 큰 그림 속, 나에게 맞는 숨은 조각 찾기

저는 올해 12년차 마케터입니다. 첫 직장인 삼성전자에서 북미지역 휴대폰 마케팅을 시작으로, 자동차, 포털서비스, 그리고 지금은 배달앱 서비스인 요기요에서 다양한 마케팅 프로모션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마저 변한다는 시간이기에, 10년 전의 마케팅 업무는 지금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또한, 산업, 브랜드, 제품이나 서비스 특성에 따라서도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훨씬 많은 업무 분야라 이직할 때마다 어렵고, 고민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매번 새롭게 배울 부분이 많이 있어서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케팅’은 단순한 직무 명일 뿐, 실무는 종류도, 스콥도 너무 다양합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관심있는 세부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마케팅 분야 중에도 저에게 꼭 맞는 조각을 찾기 위해 이직도 하고, 산업군도 바꿔 가며 지금의 요기요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마케터가 되려면?

마케팅 진로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하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마케팅이 어떤 일을 하는 것이냐’ 는 것이었습니다. 막연히 그 용어는 알고 있으나, 실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각 회사의 마케팅 팀 업무는 사실상 직무 명이 ‘마케팅’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는 차이점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업무들을 ‘마케팅’이라고 통칭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늘 고민해 왔었는데요.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의 소구점을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해서 판매나 점유 등 수익 지표의 상승을 목표로 하는 업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저만의 결론이었습니다. 트렌드나 소비자, 브랜드나 산업 특성에 따라 전하는 방식의 차이가 업무의 차이가 될 수 있겠죠. 그러므로, 전달하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갖고 해야 이슈화가 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자신이 늘 관심 두고, 애정 있는 브랜드여야만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심 이상의 많은 애정을 담은 브랜드여야만, 내가 느끼는 장점을 남들에게도 알리고, 소구하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통해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이 과정을 통해 판매 수치가 늘어나거나, 점유율이 높아지거나, 참여자 수가 늘어나는 등 정량적인 수치들로 그 효과가 뒷받침된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만큼 영향력 있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전제되어야 하며, 결과를 입증할 수 있는 숫자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마케터로써의 역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면 알수록 어려운, 숫자와의 싸움.

디지털 기반으로 마케팅 활동이 변화되며, 각각의 프로그램이 단계별로 측정 가능하고, 나아가 결과 예측까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과는 가장 다른 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나 브랜드들은 앱 안에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방문 형태들과 행동 양식들이 수치로 쌓이면서 데이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마케팅이라 불리우는, 과학적인 마케팅 활동들이 가능해 집니다.

과학적이라는 단어가 자칫 거창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투입된 비용 대비 기대 효과가 수치로 예상된다는 것, 그리고 그 오차 범위가 크지 않을 만큼 축적된 데이터 기반으로 예상치가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된다는 정도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활용 가능한 데이터들은, 사실상 너무 많습니다. 많아서 문제일 수 있죠. 그 안에서 나의 마케팅 플랜에 어떤 숫자가 유의미한지 판단하고, 그 숫자들을 뽑아내서 플래닝에 활용하는 것이 마케터로써 핵심 역량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숫자와 친해지는 만큼, 설득력이 쌓이게 될 수 있으니까요.

딜리버리 히어로 코리아에서 일하면서, 특히, 숫자로 설득하고 기획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 실감하게 되었는데요. 예를 들어, “요즘은 SNS 활동이 중요하니, 인플루언서 협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로 인플루언서 협업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평균적으로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컨텐츠의 경우, 노출 수가 자사 컨텐츠 대비 OO배 이상 차이가 나고, 해당 컨텐츠 링크를 타고 온 앱 방문자 수도 O배가 늘어났던 기존 사례를 바탕으로……” 와 같이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예상되는 효과를 제시한다면, 진행 여부에 대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예상 CTA 수치, 예상 주문 증가 수 등 목표하는 KPI에 부합하는 기대효과와 결과 수치가 비용 대비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면, 진행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입된 예산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 명확히 예측이 가능한 기획안일수록 설득력이 높아지며, 이 과정에서 활용되는 숫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줍니다. 숫자의 힘으로 기획력이 좌우되는 것이죠.

숫자로 말하는 법, 숫자의 힘

앞서 언급한 예와 같이, 마케팅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데이터들 중, 내가 하고 싶은 활동이 정말 필요한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어떤 데이터인지를 잘 구분해야 하는 일입니다. 의미 있는 숫자들을 통해 기획에 근거를 붙이고, 진행의 타당성을 더하고, 예상되는 결과를 통해 기대효과까지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데이터 자체를 분석할 수는 없더라도, 어떤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지, 어떤 숫자들이 쌓이고 있는지 관심 두고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실무 하면서도,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련 데이터 추출을 담당하는 팀과의 협업이 굉장히 많습니다. 숫자를 알면 알수록, 마케터에게 설득의 힘이 붙고, 이는 분명 경쟁력이 됩니다. 그래서 더 관심 갖고 숫자들의 의미를 뜯어보면, 그만큼 기획의 방향이 보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마케팅을 위해!

2019년 말에는, 실제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요기요는 배달 앱 서비스인 만큼 수많은 사용자들의 주문 데이터들이 있으니, 이를 재미있게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취지에서 준비하였습니다. 연말 이벤트였기에, 한 해 동안 소비자들이 즐겨 주문한 메뉴들, 흥미로운 데이터를 뽑아 앱 내 퀴즈 형식으로 풀어볼 수 있는 형태로 기획했고, 타이틀도<잘먹었어 올해도>였습니다. 퀴즈 질문들을 뽑고, 이 중에 타당한 결과 수집이 가능한 질문을 추리고, 공개 시 정보보안 이슈가 없도록 리뷰하는 과정을 통해서 총 10개의 문항이 탄생하였고, 생각보다 어려웠던 퀴즈 난이도 덕에 정답 노트들이 인터넷상 돌아다니는 등 자연적으로 바이럴이 되어 참여율이 높게 나왔던 성공적인 이벤트였습니다.

이 이벤트야말로 데이터에 기반 된 의미 있는 숫자들이 실제로 마케팅적으로 잘 활용된 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데이터 수집에 대한 유관 부서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 실제 수집 여부에 따라 질문 수정도 수없이 반복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수치가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 보람도 느낄 수 있던,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사용자들도 만족스럽고, 기획자의 입장에서도 기대 이상의 결과 수치를 끌어 올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은 마케터로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마케팅 활동들을 위해, 저 역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케터가 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