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양승우 | 3월 30, 2021
마케터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 3가지
양승우 본부장은 111%에서 ‘랜덤 다이스(Random Dice):PvP 디펜스’ 앱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 총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게임 기획자로 시작해 광고 수익화 업무 전담까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양승우 본부장은 현재 마케팅 팀과 컨텐츠 팀, 데이터 분석 팀을 통해 BI 팀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리드하며 앱을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양승우 본부장의 마케팅 리더로서의 여정을 Q&A 인터뷰에서 확인하세요.
처음 마케팅을 접할 때 너무 많은 용어와 각 용어가 말하는 맥락을 파악하는 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각 단어의 뜻은 알겠지만 그게 큰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경험을 토대로,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처음 “게임” 마케팅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이 글을 읽고 작은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이 게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우선 ‘이 게임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팔려고 하는 물건에 대한 이해 없이 물건을 판매하려는 사람만큼 무모한 사람도 없겠죠. 20대 때 부산의 한 이불 도매상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산처럼 쌓여있는 이불 속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찾아내고, 제안하고, 판매까지 했던 이 경험은 “아는 만큼 팔 수 있다”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회사마다, 그리고 담당하는 담당자에 따라 마케팅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KPI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 Daily Revenue를 기점으로 체크해야 할 항목과 그것을 이루는 하위 구조를 나누면 아래의 도식과 같습니다.
UA의 목표는 DAU 확보이며 Monetization의 목표는 ARPDAU 극대화라고 가정하면 위와 같은 도식화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 제 기준이기 때문에, 마케터분들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UA라면 DAU > New Install > Paid 아래에 사용하는 네트워크별 install을 넣거나 또는 impression X IPM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업무를 도식화해보면 각 담당자가 자신의 목표뿐만 아니라 반드시 체크해야 할 지표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인 앱 구매(IAP) 외에 광고 수익화(IAA)를 진행한다고 하면 Monetization 쪽에 아래와 같은 도식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틀을 알고 있다면 이제 각 항목을 이루는 하위 항목을 측정함으로써 해당 지표를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는 업무가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해당 업무(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측정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최상단 지표인 Daily Revenue가 빠지는 상황이라면 그 아래에 있는 DAU와 ARPDAU를 확인하여 어느 쪽 지표가 영향을 주고 있는지 확인 후 똑같은 방식으로 최하단의 지표까지 내려가 상황 파악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지표만 변화하지 않습니다. 얽히고설켜서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지만 또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해당 지표를 이루는 하위 항목들의 정의를 내리기 힘들거나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파악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해결하기 힘든 고민은 팀원들과 함께하고, 팀장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사용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퍼포먼스를 내야 합니다.
나는 유저를 알고 있는가?
UA와 Monetization의 대상은 언제나 그렇듯 유저입니다. 비용을 지불하여 “유저”를 유입시켜서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유저”로부터 발생시켜야 마케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냥 Organic 유저가 하늘에서 떨어져 준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타겟인 유저를 얼마나 세분화할 수 있으며, 그 세분화한 특성을 다시 그룹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유저 이해의 시작입니다.
예를 들면 저희의 Value chain은 광고 소재 제작부터 시작합니다. 컨텐츠 팀에서는 게임의 주요 플레이 대상이 되는 집단을 상정하여 광고 소재를 제작합니다. 게임의 주요 특성에 맞춰 지역, 연령대, 성별, 플레이 성향 등을 고려하여 15초에서 30초의 광고를 제작하며, 이때 우리가 기대하는 유저 입장에서 혹할만한 부분을 광고에 넣어 캠페인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의도했던 부분이 강조된 광고 소재보다는 별다른 생각 없이 제작한 광고 소재가 더 많은 유저를 유입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이 부분이 마케팅의 재미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 오히려 해당 소재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다음 광고 소재 개발에 참고하기도 합니다.
광고 소재는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고, 기상천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A/B 테스트가 필수입니다. 유저를 알기 위해서는 A/B 테스트가 최선의 방법임과 동시에 최고의 방법입니다.
마케터가 직접 유저의 입장에서 광고부터 결제까지 하나의 플로우를 경험해보며 부분마다 꼼꼼히 체크해보는 것도 개인 역량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화면 속의 수치도 중요하지만, 실제 유저가 경험하게 되는 플로우를 그대로 느껴보면 수치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이런 경험이 앱의 퀄리티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종종 경험했습니다.
계속 의심하자
아마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의심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은 유통기한이 있는 사실입니다.
마케팅 환경은 계속 변하고, 어제의 기준이 오늘의 기준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을 한다는 것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고, 증명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검색하며 자료를 찾다 보면 궁금증의 대부분은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이겠죠. 이 부분에서 어떤 가설을 세울지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료를 수집하거나, 혹은 이전의 경험에서 새로운 가설을 뽑아내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데이터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다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는 그냥 숫자입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는 전적으로 마케터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그 부분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마케터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분석 툴과 지표는 다양한 3rd party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에 어떤 지표를 어떻게 바라볼지가 더 중요합니다. 내가 관리해야 될 지표를 정의하고 해당 항목을 이루는 하위 항목을 파악한다, 그리고 각 항목을 측정하고 관리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이지만 실제는 만만하지 않다는 걸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게임을 만들어준 개발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케팅이 없어도 좋은 게임은 나오지만 좋은 게임이 없으면 좋은 마케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